5. 북한의 고려의학과 서양의학

북한에서 양의학(서양의학)은 동의학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활용된다. 의대에서 가장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동의학부이며, 마찬가지로 병원에서도 동의학에 우위를 둔 양·한방 간의 협진이 철저하게 이루어진다. 양의사는 검사를 통해 일정한 병명이 나오는 것에 한해서만 자신의 소견을 밝히고 약을 처방할 뿐 종합적인 진단과 치료는 동의사가 거의 주관한다. 모든 병원에 동의과가 있기 때문에 위에 탈이 나서 내과에 가더라도 검사를 한 후 동의과에 보내 치료하도록 조치한다

약재개발과 임상실험

대학에서뿐만 아니라 실제 의료보건체계에서도 임상실험이 중시된다고 한다. 북한의 의료기관은 이론적으로 의학적 효과가 있다고 인정되는 주사약이나 치료제를 개발하면 그 즉시 의료진과 동물을 대상으로 간단한 실험을 거친 후 거기서 큰 부작용이 없다는 것만 확인되면 그 치료제는 곧 전 인민에게 보급된다. 이는 전 인민을 대상으로 정확한 데이터를 작성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며, 이보다 더 확실한 임상실험은 없다할 수도 있다.

북한의학과 자연요법

동의학의 정신을 따르는 주체의학은 그 속성상 자연요법을 중시할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동의학 분야는 북한이 남한보다 훨씬 발달한 것으로 보인다. 양학이 경시되는 사회여서 그런지 인민들 사이에도 자연요법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 뿌리를 내리고 있어 남쪽 사람들처럼 무조건 병원과 의사, 그리고 화학약품에만 자기 몸을 의존하거나 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주체의학에서 자연요법의 비중이 커지게 된 데는 김일성의 영향이 크다.
김일성은 자연요법 추종자였으며, 김일성에는 의식주 생활이 곧 자연요법 자체였다.
김일성은 되도록 가공이 안 되거나 덜 된 것만 먹었고, 입는 것도 그랬다고 한다. 그러니 병에 걸렸다고 해서 양의학을 따랐을리 만무하다.

목뒤에 난 혹이 커져 동독에 가서 수술을 받으라고 권유할 때도 그는 끝까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하며 하다못해 치통치료 시 마취제를 쓸 때도 양약을 거부하고 대신 생약 성분을 활용한 약침을 썼다고 한다.

따라서 북한 사회에서 김일성이 따르는 자연요법이 의학적으로 중시되었음은 물론이다.
그로 인하여 김일성의 적극적인 지지 아래 장수연구소는 자연요법에 대한 활발한 연구를 진행했고, 북한 인민들에게도 실생활에 널리 활용할 수 있는 자연요법이 보급되기 시작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건욕법과 옥천요법이다.(생활건강법 참조)

자연요법과 생명력

자연요법이란 자연 그대로의 힘을 빌려 병을 다스리는 것을 말한다. 자연이 인간 본래의 몸과 가장 가깝고 또 무궁무진한 생명력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자연요법은 인공적인 수단을 가해 몸을 자르거나 덧붙이는 방식이 아니라 몸 자체의 치유력과 생명력을 복원시켜 주는 방식으로 병을 치료하는 것을 말한다.

북한에서는 일찍이 우리 산천에 나는 여러 가지 풀에서 약 성분을 추출하여 약침을 만들어서 인민의 병을 치료하는 데 적용해 왔다. 몇 가지 예를 들면, 포공영이라고 불리는 민들레는 유방암 치료에 효과가 있으며, 금은화라고 불리는 인동초는 항생제 기능을 한다.

또 특별한 병이 없는데도 기운이 없는 사람에게는 황기 약침이 좋고, 웅담 약침은 간염 환자 치료에 쓰인다. 이처럼 약침에 대한 연구와 임상실험이 활발한 북한에서는 페니실린 이외의 양약은 잘 쓰지 않는다. 대신 질이 좋고 값이 비싼 약침은 높은 사람들이 쓰고, 질이 떨어지는 것은 일반 병원에 보급하는 식이다.

가벼운 증세는 굳이 약침을 쓰지 않고도 순수 자연요법으로 얼마든지 치료가 가능하다.

물론 병이 많이 진척된 위중한 병은 단순 자연요법으로는 치료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자연요법을 생활화하여 미리미리 잔병을 없애고 몸의 생명력과 면역력을 복원해 놓으면 중병에 걸릴 위험이 크게 감소한다.
자연요법을 생활화한다는 것은 우리 몸을 살리는 길이라는 것이다.

자연요법과 치료자세

일찍이 의학의 과학화를 부르짖었던 서양에서 요즘은 대체의학이라는 이름으로 자연요법과 식이요법, 또 한의학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는 단지 의학 분야에서만 나타나는 변화가 아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을 중시하던 사람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열정과 믿음을 갖게 되었고, 이들의 의식은 점점 정신과 물질, 이성과 감정, 과학과 종교를 애써 분리하려던 태도에서 벗어나 그것의 일치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시대적 상황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동의학과 자연법칙에 의하면 자고로 부지런하지 않고는 병을 고칠 수 없다고 했다. 그냥 기계 속에 쑥 들어갔다 나오면 병명을 알 수 있고, 또 약 먹고 주사 맞고 수술만 한다고 해도 그냥 병이 치료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아무리 사소한 병일지라도 그것을 고치기까지는 정성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자신의 몸을 치유하기 위해 발 품을 팔고 노동을 하는 과정에서, 인간은 비로소 몸의 중요성과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동의학과 자연요법에서 무엇보다도 중시하는 것은 바른 섭생이다. 섭생이란 자고 일어나고 먹고 배설하고 활동하는 인간의 기본 생활을 말한다. 섭생이 규칙적이고 깨끗해야 비로서 건강해질 수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생활은 엉망으로 하면서 약 먹고 주사 맞으며 건강하길 바란다. 특히 우리 남한은 자유분방한 나라여서 그런지 섭생을 그릇되게 하는 이들이 많다. 밤에 안 자고 늦게까지 술 먹고 놀러 다니고, 아침에 급하게 일어나느라 밥도 못 챙겨먹고 문란한 성관계에 직장에서의 스트레스까지, 이러니 몸이 배겨날 수가 없는 것이다. 남녀를 불문하고 40대에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고 본다.

동의학과 자연요법은 의학이라기보다는 생활에 가깝다. 그리고 건강은 생활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런데도 이것을 대체의학 -정규적인 의학이 아니라는 의미의- 이라는 사고는 문제가 있다. 많은 이들이 잘못된 서구 중심적인 관점을 버리고 좀더 자연과 가깝게, 타고난 인간의 몸에 가깝게 살아가는, 그래서 예방하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옳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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