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북한의학과 장수연구소

장수연구소의 설립목적

장수연구소의 공식적인 명칭은 동의연구소이다. 1976년에 세워진 장수연구소의 활동 목표는 김일성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것을 책임지는 데 있었기 때문에 알 만한 사람들은 그냥 장수연구소라고도 불렀다고 한다.

장수연구소가 자연요법과 생약 연구의 일환으로 추진한 대표적인 사업 중에 하나가 바로 백가지 풀에 대한 연구이다. 백 가지 풀에 대한 연구란 다세포 식물의 유전자(DNA)를 연구하는 것으로, 의료진 한 사람 당 한 가지 풀을 맡아 연구에 나설 정도로 중요한 프로젝트였다.

오랜 기간에 걸쳐 이와 같은 작업을 추진한 첫 번째 목적은 《의방유취(醫方類聚)》와 《향약집성방》등에 나오는 내용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것, 즉 각 풀에서 추출되는 생약 성분이 어떻게 작용하여 어떤 효과를 내는지를 엄밀하게 밝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목적은 다세포 식물 내의 유전자 연구를 통하여 궁극적으로 식물 안에 있는 산알의 존재를 밝히고 그것을 채취하는 것이었다.

북한 당국은 1960년대 봉한학설 창시자인 김봉한 박사를 숙청했지만 그렇다고 봉한학설의 우수성까지 부인한 것은 아니었다. 김봉한 박사의 실각과 함께 봉한학설이라는 공식 명칭은 사라졌지만 북한의 의료진은 어떤 식으로든 봉한학설의 성과를 주체의학에 도입하려는 노력을 그치지 않았다.

식물 유전자 연구를 통해 산알을 채취하려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만약 생명의 비밀이 담긴 산알을 식물에서 채취하는 데 성공하면, 그것을 활용하여 인간의 병을 치유하고 생명을 연장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장수연구소와 동의병원 시스템

장수연구소의 규모는 대단히 크며 종사하는 인원만도 4천여명 정도이다. 기초 의학과 임상 의학 분야를 합하여 모두 2백 명의 의료진이 연구 및 실험을 담당하며, 나머지 인원은 중앙당에 납품하는 모든 식품은 물론 의료진의 연구에 필요한 과일, 약초, 육류와 어류 등을 직접 기르고 관리하는 일을 한다. 또 일부는 만수무강조라고 하여 과거에는 김일성의

의복과 침구류 등을 직접 손으로 짜고 만드는 일을 했다고 한다.

의료진이 연구 개발한 의학적 결과물들은 동의병원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의 과정을 거쳐야 했는데 동의연구소의 부속 의료기관인 동의병원은 500개의 침상을 갖춘 동의학 전문병원으로 아무나 입원할 수 없는 '특별기관' 이었다.

이곳 남한에서는 김일성 부자를 위한 임상 단계라고 하면 무슨 실험용 동물부터 연상하기 일쑤인데, 사실은 동의연구소라는 곳이 대단히 발전한 의료기관이기 때문에 거기서 연구 개발한 결과물의 실험 대상이 되는 것은 일종의 혜택이어서 주로 당 간부들만 입원이 가능하다.

그곳은 화학약품으로 실험하는 것도 아니고 순수 생약을 활용해서 실험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거의 없는 데다가, 설혹 부작용이 있다 해도 거기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한 상태에서 실험을 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생기지 않았다고 한다.

동의병원의 치료방법

동의병원은 자연요법을 기초로 하여 병을 치료하는 기관인 만큼, 무엇보다도 오목수요법, 송침요법, 식이요법 등의 치료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잘 갖추어져 있다. 한약재를 활용한 목욕법으로 알려진 오목수요법은 갖가지 병에 효능이 있는 한약재 성분을 피부에 흡수시켜 병을 낫게 하는 치료법으로, 특히 중풍 예방 및 치료와 피부병에 특효가 있다고 한다.

송침요법은 핀란드식 사우나 원리에 솔잎의 효능을 결합시켜 만든 것이 송침요법으로 뜨거운 온돌 바닥에 솔잎을 깔아 놓고 사우나를 즐기는 치료법으로, 감기 등 풍사가 들어 생긴 모든 병과 혈액 순환기능 장애로 인한 병에 효력을 보이며, 온돌의 뜨거운 열에 모공이 열릴 때 산소 공급 및 혈전용해 효과가 있는 솔잎의 기운을 침투시키는 것으로, 원리는 오목수요법과 비슷하다.

오목수요법과 송침요법을 동시에 겸하여 가장 큰 효과를 본 이들이 빨치산 출신들인데 과거에 깊은 산 속에서 혹한을 견디며 오랫동안 고생하다가 동상과 혈액 순환 장애 등의 병을 얻은 이들 대부분이 동의병원에서 오목수요법과 송침요법으로 병을 고쳐 나갔다고 한다.

특히 이들은 치료에 앞서 청주에 솔잎과 검정콩을 담가 만든 술을 한 잔씩 마시고 들어가는데, 이 술이 바로 발한 작용을 하여 치료 효과를 높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동의병원에서는 자연요법을 통한 치료 외에도 식이요법과 약물치료, 그리고 침 치료를 병행한다고 한다. 식이요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죽요법으로, 산천에서 나는 갖가지 풀을 활용하여 죽을 만들어 그 풀에 들어 있는 약 성분의 소화 흡수를 높이는 방식으로 환자를 치료하며, 또한 약물 치료도 철저히 자연요법 원리에 입각하여 생약에서 추출해 낸 성분을 주사약으로 만들어서 쓰는 것이 특징이다.

철쭉에서 추출해 낸 성분을 마취제와 진통제로, 금은화에 들어 있는 억제균 성분을 궤양 치료제로, 또 웅담 성분을 간 질환 치료제로 활용하는 것이 그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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