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과 갈등

중증 자궁경부암 때문에 수술도 받을 수 없어서 어느 대학병원에서 방사선 치료를 받고
있지만 점점 나빠지고 있다며 나를 찾아왔습니다.
이 부인의 남편은 청상과부의 외아들이었는데 시집가서 보니 시어머니가 마흔 살도 안되어
보일 정도로 아주 젊었습니다.

한 집에 모시고 사는데 잘 모시려고 무던히 애를 쓰는데도 괜히 질투를 하고 학대를 합니다.
남편에게 자꾸만 고자질을 하니까 남편은 분노하여 "어떤 어머니인데 네가 그런 짓을 하느
냐"며 사흘 걸음으로 매질을 하는 것입니다. 너무나 억울하고 분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해서 시어머니와 남편에 대한 원한이 뿌리깊게 새겨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부인의 지난 40년간의 끈질긴 스트레스가 발암원인의 심리적 배경이라고 느껴졌습니다.
병원에 입원하자마자 우선적으로 분노, 비탄, 피해의식과 같은 시어머니와 남편에 대해
저항하는 상념과 감정을 철저하게 지우도록 했습니다.

입원한지 일주일쯤 될 무렵부터 시어머니와 남편에 대해 원망하는 마음이 많이 사라졌습니
다. 특히 '감사의 마음 회복하기'를 할 때는 "내가 시어머니를 더 잘 모시지 못해 정말 죄송
합니다." 라는 자책감이 크게 일어나 눈물을 많이 쏟았습니다.

이렇게 되면서 부터 가슴이 후련해지고 시어머니가 점점 좋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내 마음이 편해지니까 암에 대한 걱정도 별로 생기지 않는 것입니다.

이 환자는 생식을 주식으로 하면서 일본의 민간요법 연구가 다페이시가즈가 개발한 야채
수프를 음용하고 이 스프의 희석액에 몸을 담그도록 하는 방법을 병행하였습니다.
약 2주 동안 입원한 후 퇴원해 집에 돌아가서도 이 방법을 계속했는데 한 달쯤 후에는 악취
와 분비물이 잡히고 3개월 후부터는 등산도 다닐 만큼 좋아졌습니다.

이제 4년이 지났는데 암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건강한 사람처럼 살고 있습니다.
시어머니와 남편에 대한 감정이 완전히 바뀌어지니까 그들과의 관계도 현저히 개선되어
지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좋아진 것은 내가 치료를 잘 해서 좋아졌다기 보다는 이 환자들이 훌륭해서 좋아진
것입니다. 이 분들이 이런 방법을 잘 믿고 받아들여 혼신의 힘을 다해 노력한 결과입니다.

암 역시 그 발병의 심리적 배경은 대립과 분노, 슬픔, 두려움, 좌절, 피해의식 따위의 어둡고
불편한 상념이나 감정들입니다. 사례에 앞서 암에 대한 다음과 같은 견해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암 발생과 심리작용

미국 텍사스 사이먼튼 암연구소의 의사 칼 사이먼튼이 개발한 암에 대한 이론과 치료방법에
관한 것입니다. 그는 한 때 오레곤 대학병원 치료방사선과 교수로 재직하며 주로 암을 치료
하는 일에 종사했는데 얼마 후부터 수술이나 항암제, 방사선 치료와 같은 물리적인 치료에
한계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96년 일본 게이오 대학 치료방사선과 곤도 교수가 '암을 건들이지 말라'라는 책을 낸 것도
사이먼튼처럼 물리적 치료에 한계를 느끼게 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이먼튼은 정신과 의사인 부인 스테파니와 함께 마음의 상태와 암 진행과의 상관관계를
주의 깊게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암의 발병과정에서 심리적 배경이 결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면역체계를 약화시키고 내분비계의 균형을 파괴 시킴으로써 암세포가
발생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형성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암 치료의 목표는 스트레스가
암을 일으키고 진행시키는 통로를 추적하여 그 통로를 역으로 활용한다는 것입니다.

사이먼튼의 정신신체 상관모델이 처음 발표될 무렵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의사들은 여기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미국암학회 에서까지 사이먼튼의 방법을 주목
하고 있고, 95년 부터는 암에 관한 권위 있는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점차 그 영향력이 커지고
있습니다.

밝은 신념으로

같은 암 환자라고 하더라도 의학적인 치료 결과가 좋은 경우는 대부분 그 치료과정에서
어두운 신념이나 감정, 생활 태도가 밝은 쪽으로 바뀐 환자에게 그 생존율이 현저하게 높다는
연구 보고가 있습니다.

아무리 심각한 암이라고 하더라도 환자의 신념과 감정이 완전히 바뀌고 삶에 대한 태도에
변화가 일어나면 충분히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내가 살아오는 동안 대립하여 투쟁하였던 대상들이란 다름 아닌 내 마음의 반쪽면, 즉 내가
싫어하여 밖으로 내팽개친 저항과 상념의 투영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치료 실패의 원인

내가 관찰한 바에 의하면 어떤 치료법을 따르든지 환자가 건강의 회복에 실패하게 되는
배경은 크게 보아 다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환자와 가족이 그 방법을 믿지 않거나 잘 못 이해한 나머지 제대로 실천하지 않는
경우이고, 둘째는 질병의 정도가 물리적으로 너무 굳어 있거나 진행되어 있어서 회복할 수
있는 자기 치유력의 문턱을 넘어선 경우입니다.

앞의 사례들을 통해서 의사인 내가 배운 것은 어떤 병이나 그 병을 치료할 때는 의학적
치료도 잘 해야 하지만 환자는 어두운 신념과 감정을 밝은 쪽으로 꼭 돌려 놓아야 한다는
것입니다.누적된 저항과 갈등이 건강을 파괴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모든 질병이 시작되는 최초의 단서는 저항의 신념, 상념, 감정입니다.

저작권자 © 암스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