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코호라는 의학자가 콜레라균을 발견하고, 콜레라는 콜레라균에 감염됨으로써
발병한다는 세균 병인설을 주장했습니다. 그때 코호 못지 않게 위대한 학자로 인정받고 있던
페텐코우퍼나 메치니코프 같은 의사들은 이 이론을 반대했습니다.

이들은 콜레라로 사망한 환자의 배설물에서 추출한 콜레라균 수백만 개를 컵에 담아가지고
자기 동료들과 함께 대중 앞에서 직접 먹어 보이는 실험을 했습니다. 콜레라균이 몸에 들어
온다고 해서 꼭 발병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자신들의 몸으로 생체실험을 했던 것이지요. 그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궁금하지 않습니까?
이들 실험자들 전원의 대변에서 콜레라균이 검출되었습니다. 그러나 몇 사람만 가벼운 설사
를 일으켰을 뿐 단 한 사람도 콜레라 환자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실험실 내의 연구와 현실세계는 명백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파스퇴르나 코호가 실험실에서
만들어낸 연구 결과가 자연계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증명된 셈이지요.

병을 일으키는 데 있어서 세균이 하나의 부분적인 원인이 될 수는 있으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심리상태, 영양상태, 노동조건, 전신의 면역력, 체질적 요인, 나이 등 더 많은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병의 감수성을 결정한다는 것이지요.

의학이라는 것이 건강과 질병에 대한 생물학적 진실들만 축적되어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발전해 왔을 것이라는 믿음은 환상에 불과합니다. 다른 학문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의학 역시
그 시대의 정치, 경제, 문화, 종교, 생활양식과 같은 사회적 요인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
습니다.

한 시대의 의학을 잘 살펴보면 그 시대 사람들의 삶에 대한 모든 조건과 상황들이 다 들어
있습니다.

최근의 사례만 보더라도 같은 관상동맥협착증 환자에 대한 치료로서 바이패스수술을 미국
의사들이 영국의사들에 비해 여섯 배나 더 많이 하고 있습니다. 자궁질환에 대한 자궁절제
수술이 프랑스에서는 아주 드물게 하는 수술인 반면에 미국에서는 전체 수술 가운데서 두 번
째로 많이 하는 수술에 속합니다.

같은 시대의 같은 서양의학인데도 이런 차이를 보여주는 것은 사람들의 의식, 문화적 특징,
사회 경제적 조건 등에 차이가 있어서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요즘 가장 문제시되는 암 치료법에 대해서도 의사들 사이에는 서로 다른 견해가 맞서 있습
니다. 수술이나 항암제, 방사선 치료, 면역요법 같은 정통적인 치료방법에 동의하는 의사들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편에 서 있는 의사들도 상당합니다.

몇해 전 일본의 암치료 전문의사인 곤도 교수가 발표한 '암을 건들이지 말라'는 책은 그래서
많은 논쟁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곤도 교수의 입장에서는 기계 부속품 수리하듯 암을 잘라내
는 일은 생체를 전체로서 이해하지 못한 소치라는 것이지요.

이런 관점들이 바로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대체의료의 사상적 배경입니다.
정통의학을 대신 한다는 뜻의 대체의학이라는 표현보다는 부족한 부분을 보충 해 준다는
뜻의 보완의학이라는 표현이 더 타당하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전인요법 또는 전일요법이
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대체의료가 나오게 되고 이것이 대중들의 선호를 받게 되는 이유는 기계론이나 특정병인설의
약점과 한계를 극복하는 대안들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이들은 수술이나 화학약품 같은 공격적인 방법을 가급적이면 사용하지 않고 자연스런 방법을
써서 자연치유능력을 발현시킴으로써 전체적 조화를 도모하고자 합니다.
질병만 치료한다기보다는 인간을 전체적으로 치료한다는 개념이지요.

수술로 암을 치료하기 좋아하는 의사들은 수술과 항암제가 최선의 치료법이라는 증거를
제시하고 있고, 대체의료를 추구하는 의사들은 대체의료의 방법이 보다 우월하다는 증거와
사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암 환자는 과연 어떤 치료법을 따르는 게 좋을까요?

심장의 기능에 대한 이해에서도 이들은 확실한 견해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많은 의사들은 심장이 압력펌프 역할을 함으로써 피를 전신에 보내고 있다고 믿는 반면,
어떤 의사들은 결코 여기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한 주먹 크기의 심장의 힘만으로 수백 킬로 미터 길이의 전신의 혈관에 피를 보낸다는 것은
유체역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증거를 제시하면서 말초혈관의 음압(Negative pressure)이
혈액순환의 기본동력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렇듯 암 치료를 하여야하는 환자분들은 어떤 치료방법을 선택하여 결정 하느냐에 대하여
당황하고 괴로워 할 수 밖에 없으시리라는 점에 대하여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어쨋던 흑백의 논리보다는 다양한 치료 방법을 숙지하셔서 본인이 의지를 가지고 선택하시고
결정하셔야 할 것입니다. 아직은 그런 점에서도 어려운 시대임에 틀림 없으니 이상향적 기대
를 할 수 없으므로 다양한 치료방법 중 본인의 심신 상태에 맞는 방법을 선택하셔서 빠른
시간내에 건강을 되찾으시고 행복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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