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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로 우리의 건강을 가름할 수 있나? [박창희 칼럼]
관리자 2017-03-17 오전 8:49:12

 


[미디어파인=박창희의 건강한 삶을 위해] 철학에서 신의 존재를 논할 때 흔히 인용하는 것이 파스칼 내기(pascal's Wager)다. 신의 존재를 믿고, 그 믿음이 맞아 구원을 받게 되면 엄청난 이득이 있지만, 설령 그렇지 못할지라도 잃는 것은 많지 않으니 일단 믿고 보자는 논리다. 시쳇말로 밑져야 본전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우리가 병원, 의사 또는 의약품을 신처럼 믿고 기대어 사는 것은 어떨까. 파스칼 내기처럼 안이하게 생각해선 안 된다. 현재의 의료 수준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득보다 실이 훨씬 많다. 현재 우리의 건강을 가늠하는 지표는 수치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재고 죽어가는 순간까지 재다가, 죽고 나서 마지막으로 또 잰다. 엉덩이를 맞고 세상에 나온 순간엔 몸무게와 키를 재고 죽어갈 땐 힘없이 떨어지는 심박 수를, 죽어서는 입어야 할 수의와 들어가야 할 관의 크기를 잰다. 모든 것은 수치화되어 우리의 눈에 보이고 우리는 거기에 환호하고 때론 절망하며 살아간다.


 


예를 들어 국가 시험에 수치(數値)의 뜻을 묻는 주관식 문제가 나왔다 치자. “계산(셈)하여 얻은 값”이라 썼다면 백 점이다. 만약 필자가 “우리의 건강을 가름하는 척도로서 높아지거나 낮아졌을 때 우리를 안심 또는 걱정스럽게 만드는 것”이라고 썼다면 역시 백점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백 점은 커녕 0점을 맞을 수도 있다.


 


 


현행 우리의 건강은 수치에 의해 규정되고 있으며, 우리는 의학의 힘을 빌리고 거기에 우리의 노력을 보태어 그 수치를 높이거나 낮추기 위해 몸부림치며 살고 있다. 보편타당한 근거는 따져 볼 겨를도, 작은 의문도 갖지 않고 우리는 누군가 만든 규정과 기준에 의해 살아가고 있다.


 


본시 바른 것인지, 그렇게 믿고 살다 보니 부정하기 어려운 진실이 된 건지, 제대로 따지는 이는 많지 않다. 이러다 이거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 적은 없는가. 우선 건강을 챙긴다며 수시로 재보는 혈압과 혈압측정기에 대해 알아보자. 130-90(혹은 120-80)이면 정상, 그보다 일정 수준 낮거나 높으면 저혈압 또는 고혈압이라는 정도는 대부분 알고 있다.


 


수치 뒤에는 영문과를 나와도 제대로 뜻을 헤아리기 힘든 mmHg라는 영문이 붙어 있는데 밀리미터 에이치지, 또는 밀리미터 수은주라 읽는다. 주민센터나 보건소 등 공공장소에 가면 한구석에 전자식 혈압계가 오롯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는 상대와 한번 붙어 보자는 듯 외투를 벗고 주먹을 말아쥔 후 원통 안에 손을 밀어 넣는다. 안정적인 숫자를 얻기 위해 숨을 고르지만, 왠지 그 기계와 마주하면 이내 가슴이 콩콩 뛴다. 시작 버튼을 누르면 팔꿈치 위에 있는 압박대, 일명 커프가 사정없이 팔뚝을 조이는데 어느 시점에 이르러 조임을 풀고 결과를 수치로 알려준다.


 


 


숫자가 높게 나오면 불안한 마음에 재측정을 한다. 수치가 높으면 몸도 찌뿌둥하고, 적당하면 심신까지 맑아지는 듯하다. 한낱 기계가 내보이는 숫자 앞에 우리의 희비가 엇갈린다는 사실이 우습다. 생김새, 유전자 등 저마다 다른 인간의 신체적 특성이 기계적 수치 앞에 고려되지 않는 현실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흰 가운을 입고 청진기를 목에 두른 채 팔짱을 낀 의사의 모습은 내가 너희들의 몸과 마음을 책임지겠다는 듯 당당해 보인다. 거의 신과 동격인 흰색 가운 앞에 혈압이 높아지는 일명 백의 고혈압도 있다. 다분히 심리적이라 대부분 위험성이 높지 않아 치료가 불필요하다 하면서 그 앞에 살포시 달리는 단서가 있다.


 


한번 높아지면 올라간 수치만큼 다시 높아지기 쉬워 고혈압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으니 혈압 상태를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이다. 현대 의학이 의료시스템의 잣대를 들이대면 세상에 건강한 이는 아무도 없고 그저 환자와 예비환자만 있을 뿐이다.


 


다가오지 않을 미래에 대해 지대한 걱정을 하는 것이 건강에 미리 대비하는 지혜로운 삶일까. 다음 호에 혈압을 재는 기계의 불분명한 정체부터 밝혀보자.


 


 


박창희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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