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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을 재는 기계는 그냥 기계에 불과하다 [박창희 칼럼]
관리자 2017-03-29 오전 8:42:46

[미디어파인=박창희의 건강한 삶을 위해] 우리 몸은 혈압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혈압약과 싸운다. 약으로 혈압을 낮추면 어떤 형태든 혈액 순환은 방해를 받는다. 인체는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혈관을 수축시키거나 심장의 박출량을 늘려 혈압을 올리는 조처를 한다. 약발이 다하면 혈압은 기다렸다는 듯 다시 상승하게 된다. 상승하면 또 먹게 되니 우리 몸은 호시탐탐 떨어진 혈압을 올리기 위한 기회만 엿보게 된다. 혈압약을 먹는 한 이 악순환을 끊을 길이 없다. 그래서 혈압약은 평생 먹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낫지도 않고 평생 먹어야 한다면 그게 어디 약인가. 설령 약으로 혈압 수치를 낮추어 수치가 정상으로 보인다 할지라도 혈액 순환은 명백히 방해받고 있는 셈이다. 조절하면 할수록 우리 몸은 반발하고 튀어오르며 혈압을 높이려 할 것이다.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코미디 같은 이 약을 먹는 연령도 낮아져 멀쩡한 젊은이들도 고혈압 환자의 반열에 들어서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약을 매일 챙기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길을 떠난 후 약 때문에 돌아가는 일도 생긴다. 약만 챙기는 게 아니라 수시로 혈압을 재기도 하는데 아예 기계를 들여놓고 혈압을 측정하는 이들도 있다. 잠 깨서 재고, 밥 먹고 재고, 동네 한 바퀴 돌고 또 잰다. 변화무쌍한 수치를 수첩에 꼬박꼬박 기록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혈압의 노예다. 혈압에 의한, 혈압을 위한, 혈압의 인생으로 전락하여 사는 것이다.

 

 

길을 걷다 사나운 개와 맞닥뜨리면 독자께서는 어떻게 하시겠는가. 일단 줄행랑을 놓기 시작하면 혈압은 200 이상 치솟는다. 혈압이 오를까 두렵다면 개에게 다리를 내주어야 한다. 선 보러 나간 노총각 앞에 절세의 미인이 앉았다면 총각 역시 혈압이 상승할 것이다. 남녀가 뜨거운 사랑을 나누어도 혈압은 올라간다. 혈관에 가해지는 압력이 두려워 도중에 사랑을 멈추고 항고혈압약이라도 먹어야 하나.

연간 천 번 넘게 수능 성적 확인 하듯 수치를 확인하고 마음을 졸이면 그 스트레스에 지쳐 죽을 일이다. 그렇다면 대체 피의 압력을 재는 이 기계는 어떤 원리로 만들어진 것일까. 지난 호에 언급한 혈압의 단위인 mmHg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인류 최초로 혈압계를 만든 사람은 러시아 군의관 니콜라이 코르트코프인데 이 자의 이름을 따 혈압 측정법을 코르트코프법이라 하기도 한다. Hg는 Hydragyrum, 즉 수은의 약칭이며, 수축기 혈압이 160mm, 이완기 혈압이 120mm이라면 그것은 말 그대로 각각 16cm, 12cm를 의미한다. 심장이 뿜어 올리는 피의 세기가 수은주(수은 기둥)를 16cm 밀어 올렸단 얘기다.

 

 

수은(水銀)은 상온에서 액체를 유지하는 유일한 금속으로, 물의 13배나 되는 비중을 가지고 있다. 생선에 축적된 수은이 인체의 신경계에 치명적 영향이 있다 하여 꺼리기도 하는 데 과거엔 체한 음식을 내려가게 하거나 매독의 치료 목적으로 마시기도 했다. 음식을 내려보낼 정도로 비중이 큰 수은을 혈압계에 적용한 이유는 간단하다. 비중이 물의 13배라 했으니 수은을 16cm 올린다면 물은 2m 가까이 뿜어 올릴 힘이란 의미다.

만약 맹물로 혈압계를 만든다면 높이가 2~3m나 되는 거대한 구조물이 될 것이다. 지구를 3바퀴나 돌 수 있는 12만km의 혈관을 시속 216km의 속도로 총알처럼 내 달리는 혈액은 그 기세가 참으로 대단하다 못해 경이롭다. 인간이 이와 같은 기계를 만들었다면 크기도 크려니와 작동 시 소음 때문에 귀가 먹을 테지만 우리 몸은 자신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부드럽고 유연하게 맡은 일을 수행한다.

우리 몸의 생리적 작용은 항상성 유지라는 절체절명의 사명을 위해 정교한 톱니처럼 정확히 돌아간다. 필요 때문에 때론 천천히, 때론 거칠게 달리는 혈액의 속도를 우리가 약을 쏟아부어 브레이크를 거는 행위는 과연 최선일까. 필자를 포함한 많은 이들의 고민이 비롯된 고혈압과 그것의 서막을 알린 혈압계에 대해 다음 호에 좀 더 알아보자.

박창희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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