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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 이야기] ‘간암 두 달 남았어요’ 이후 오 년을 넘어 작성일 2017-06-19 오전 11:05:20
작성자 : 관리자 조회 1656

최준환(45) | 간암4기.

2004년 4월 23일.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날. 간암 4기 판정을 받은 날이고, 최준환에서 세베로로 새로 태어나는 계기가 된 날이기도 하다.
늘상 달고 다니는 피로감이 심해지고 복통도 생겨 동네 병원 여러 곳을 전전하다 일산병원으로 향했다. 하지만 여기서도 별다른 말이 없어 답답한 마음에 종합검사를 신청했다. 초음파 검사를 하는데 의사가 깜짝 놀라면서 바로 다른 과로 연결할 테니 진단을 받으라고 한다. 입원하여 삼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말이 없다. 그 사이에 얼굴도 모르는 의사들만 수없이 들락거리며 내 배를 만져보고 갔다. 이제 와 생각하니 의사들이 손 맛(?) 을 느끼기 위한 것이었다. 너무도 답답해 의사 한 명을 붙잡고 물으니 엉뚱하다는 표정으로 “모르셨습니까? 간암입니다.”라고 한다. 참 멋없게도 간암 판정을 받았다.

그 뒤에 들려오는 소식은 모두 암울할 뿐이었다. 암의 크기는 13㎝. 커질 대로 커졌는데 더 큰 문제는 대동맥에서 5㎜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치료가 굉장히 어렵다고 한다. 의사는 가족 소집령을 내렸다. 가족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두 달 정도 남았으니 정리를 하라는 말을 들었다. 금전 관계도 정리하고, 하고 싶은 일 있으면 하라는 말과 함께.
난 그 길로 병원을 나와 일산암센터로 옮겨 어렵게 절제수술을 받았다. 15%의 낮은 가능성이었지만 담당의사는 환자가 젊고 의욕이 있으며 간수치가 일부를 제외하고는 안정적이니 한번 해보자고 하셨다. 첫 번째 간 수술로 간의 70%를 절제했다. 2004년 5월 22일이었다.

보름 정도 입원기간을 보내고 퇴원하여 나는 다시 생업으로 돌아왔다. 그 뒤로 검사하고 추적 관찰하며 몸도 회복되어 갔다. 일 년이 지나 폐의 좌측에 종양이 2개가 보인다고 했다. 2㎝, 1㎝. 또다시 수술대에 오를 생각을 하니 마음이 너무 힘들었다. 간에 이어 폐까지 잃고…, 그 뒤에 다가오는 먹먹함과 두려움에 인터넷, 지인, 병원 등을 찾아 헤맸다.
그중 기억에 남는 것은 냉동수술요법. 당시 고려대 김광택 교수의 시술로 작은 관으로 헬륨과 아르곤 가스를 주입해서 냉동시켜 수술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을 택하기로 하고 입원하였는데 수술 전날 수술동의서를 받으러 왔다. 그런데, 처음과는 이야기가 달랐다. 하나는 냉동수술로, 하나는 일반 수술로 하자고 한다. 또, 상담 때는 시술비를 900만 원 정도라고 들었는데 가스값만 900만 원이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수술에 성공한 케이스가 6건 정도라 해서 그 데이터를 보여 달라고 해도 대답이 없었다.

나는 안 되겠다고 결심을 하고 바로 퇴원하여 국립암센터로 가서 만약을 위해 양쪽 폐를 다시 검사했다. 검사 결과 2개인 줄 알았던 종양은 3개로 나타났다. 마지막 선택은 수술이었다. 좌측 폐의 종양 3개. 좌측 폐를 절제하고 오른쪽을 검사 차 수술했다. 그렇게 한 번에 폐 양쪽을 모두 수술했다.
간 수술보다 폐 수술은 회복기간도 무척 길었고, 통증은 그보다 더 오랫동안 나를 괴롭혔다. 퇴원하고는 오랫동안 고통 때문에 혼자 작은 방을 써야 했다. 아내와 아이들이 깰까봐 재갈을 만들어 입에 물고는 밤을 새우는 날이 이어졌다. 집 근처에 공동묘지가 있었는데 깊은 밤이면 고통을 참고 나 자신을 이겨내려고 그곳에 가서 네 발로 기어다니기도 한참을 했다. 눈물을 곱씹으며 서 있기만 해도 눈앞이 아른거렸고 숨쉬기도 힘이 들었다.
나의 암과의 사투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폐 전이와 수술이 있고 일 년 후에 다시 간에서 재발하였다. 그 뒤로 크게 작게 재발이 거듭하여 삼 개월 정도의 간격으로 색전술을 받게 되어 지금까지 7회를 받았다.

하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일을 손에서 놓은 적이 없었고 암 공부와 식이요법, 내 몸에 대한 공부는 계속되었다. 첫 간암을 진단받고 기껏 두 달 남았으니 신변 정리를 하라는 의사의 말을 듣고 나는 바로 차를 새로 샀다. 주변 사람들은 당연히 말이 많았다. 있던 차도 정리해야 할 판에 당장 죽을 놈이 새 차가 뭐냐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당시에도 죽을 것이라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길이 있고 내가 해야 할 일이 있으리라 생각했다. ‘폐로 전이되었네요. 4기인 거 아시죠?’라고 해서 잠시 슬프고 힘들었지만 돌아서서는 내게 어떤 길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방향은 어떻게 잡아야 할까를 궁리했다.
그동안 면역세포치료도 받으려고 했고, 간 이식에 대해 공부하고, 여러 가지 식이요법, 건강보조식품도 복용해봤고, 무엇보다 잘못된 생활습관을 버리려고 애썼다.
가장 큰 힘은 막연히 동경했던 가톨릭에 입문하여 아내와 함께 세례를 받고부터였다. 성가족이 되어 우리 부부는 서로 많이 이해하게 되었다. 너무도 고맙고 미안한 아내와 사랑하는 아이들.
암환자가 되어서 고양동 성당의 봉사단체인 샬롬족구회 회장을 2년째 맡고 있다. 샬롬족구회에서는 매주 만나서 족구를 하고, 매달 두 번씩 약 300여 명의 군인에게 음식을 제공한다. 병에 걸려서 신앙의 길을 걷게 되면서 불우했던 나의 어린 시절을 감사하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성당에서 봉사의 일을 하게 되면서 나보다 더 어렵고 불우한 이웃들을 만나면서 비로소 깨달았다. 아, 나는 축복받은 사람이었다. 성장기의 불우한 환경은 육신에 병을 가져왔을지 몰라도 잡초처럼 성실하고 열심히 살아온 덕분에 강한 정신력으로 거듭되는 암의 도전에도 꺾이지 않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일찍 세상을 떠나신 부모님. 부모 없는 서러움과 외로움에 셀 수 없는 밤에 울어야 했는데 내가 겪은 그 고통을 아이들에게 물려 줄 수는 없었다. 나는 결코 죽을 수 없고 일어나야 했다. 지금도 운동장에 나가면 하루 종일 운동을 한다.

나는 간암을 게으름 병이라고 생각한다. 간암은 사람을 게으르게 만든다. 피곤하면 안 된다고 의사도 쉬라고 하는데 내가 며칠 쉬어보니 오히려 몸이 더 안 좋아지고 마음도 더 우울해지기만 했다. 사람이란 본시 아침이면 일어나 해가 떠 있는 동안 몸을 움직이고 일을 하고 저녁이면 잠을 자게 되어 있다. 그런데 병에 걸렸다고 종일 방 안에서 빈둥거리며 물 가져와라, 약 가져와라 시켜가며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는 밤이면 잠이 안 온다고 투정을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게으름을 어떻게든 이겨내려고 애써야 한다.

또 당부하고 싶은 말은 계획을 세우라는 것이다. 꼭 대단하고 빡빡한 계획표가 아니어도 된다. 게으른 계획도 괜찮다. 자기가 지킬 수 있는 계획을 세우면 된다. 간암이 힘들다고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간은 대단한 장기라 재생이 가능하다. 또, 치료 방법도 많다. 간 이식도 있고, 색전술도 있고, 방사선 동위원소, 등등 새로운 표적항암제도 있다. 어떤 분은 색전술을 30회 이상 받고도 일상생활을 거뜬히 해내기도 한다. 자기에게 맞는 방법을 찾고 노력해야 한다. 자기 관리의 문제이다. 10년 전만 해도 생체 간이식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지만 지금은 사례가 얼마나 많은가. 희망을 품고 살아야 한다.

앞으로 소망이 있다면 건강한 몸을 유지하며 같은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며 봉사단체의 일을 더 열심히 하여 미처 손닿지 못했던 힘든 분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 가족들에게, 또한 아낌없는 관심과 용기를 준 주위사람들에게 고맙다는 말과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언제나 좋은 남편과 아버지로 지금의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힘을 줘서 고맙다.

사랑하는 아빠께

아빠! 벌써 한해가 지고 다시 새해가 떠오를 준비를 하네요.
아빠! 세상 빛을 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고생하시는 아빠를 보면 난 철이 없는 아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아빠와 함께라면 두려울 게 없어요.
아빠라고 늘 부르지만 아빠라는 단어는 참 좋아요.

아빠!
지는 해를 그리워 말고 다시 뜨는 새 해를 보세요.
주님이 아빠의 새해로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어요.
아빠는 늘 어느 곳에 있어도 빛이 나요.
그런 아빠가 난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
아빠 영원히 사랑합니다.

돈이 많은 사람이 부자일까요?
아니면 돈이 없는 사람이 부자일까요?
아니면 항상 바라만 봐도 웃음이 나는 사람이 부자일까요?

난 아빠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세상에서 제일가는 부자가 된 것 같아요.
아빠 영원히 사랑합니다.

2007년 12월 28일 금요일
아빠 아들 은석 올림



월간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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