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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이야기] 여덟 번 재발한 간암을 떨치고 작성일 2017-07-11 오전 11:04:43
작성자 : 관리자 조회 996

임병섭(60) | 간암. 4년차.

나는 60세의 남자이다. 그리고 간암환자이다. 2004년 12월에 간암 진단을 받고 그 뒤를 이어 4년 동안 재발에 재발을 거듭해서 마지막 색전술을 받은 것이 올해 5월 8일이다. 4년 내내 암은 끝없이 재발했고 그때마다 수술이나 고주파, 냉동술, 그리고 색전술을 계속 받아야만 했다.

2008년 올해만도 간에 암이 자꾸 나타나서 1월과 2월, 5월에 색전술을 했다. 7월 5일 마지막 CT 검사 결과 몸 상태는 ‘건강’하다고, 수치도 정상으로 나왔다.
암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 녀석이 조용히 자고 있다. 1.2Cm의 암은 간에서 활동하지 않고 ‘죽어있다’고 의사 선생님은 표현하셨다. 아무렴 어떠랴. 그래, 내 몸 한 켠 내어줄테니 조용히만 살아라하고 속삭여줬다.

보험회사직원도 나처럼 재발되는 경우도 처음 봤다고 하고, 의사 선생님도 워낙 건강해서 암이 활동성이라 암이 자꾸 퍼진다고 하신다. 지금 모습을 보면 누구도 여덟 차례나 암이 재발한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너무도 건강해 보여서이다. 하지만, 암과는 투병은 쉽지 않았다.

2006년 8월 말, 워낙 상태가 안 좋아 병원에 20일 입원해서 있어도 GOT/GTP가 800을 넘어 솟구친 채 떨어질 생각을 않는다. 병원에서는 도저히 안 된다면서 퇴원하여 집에 가 있으라고 하였다. 간 상태가 점점 나빠져 수술을 해야 하는데 연기를 하고 또 하다가 급기야 방법이 없어 퇴원하라는 소리를 들으니 병원에서도 포기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절망감으로 너무도 힘들었다.

보다 못한 아들은 간이식을 하자며 자기 몸을 주겠단다. 나 때문에 멀쩡한 아들이…. 너무 고마워서 눈물이 났고 너무 미안하고 미안해서 혼자 통곡을 했다. 고민 끝에 간이식은 받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는 우울증이 찾아왔다. 죽고 싶은 심정뿐이었다. 산에 다니면서도 나뭇가지를 보면 줄을 갖고 거기에 목을 매고 싶은 생각만 들었다.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요양원을 찾아 들어갔다.

아내는 몹시 반대했다. 암환자들끼리만 있는 곳에 어떻게 가느냐면서. 만류하는 아내에게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가고 싶다하여 요양원에 들어갔다. 나는 그곳에서 내 삶을 찾았다. 요양생활 두 달 만에 GOT/GPT 수치는 저절로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약을 쓰고 해도 요지부동이던 것이….

요양원에서의 생활은 ‘암과의 투병’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해주었다. 나는 내가 가장 힘들다고 생각했었다. 암에 걸려 겪어야 하는 수술과 항암치료, 암으로 끝장이 나버린 사회생활 등. 그런데 놀랍게도 나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지경에 있는 환우들이 명랑하게 생활하는 것이었다.

그때의 놀라움이란! 아, 나도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다. 그 덕분에 그 뒤에 찾아오는 계속되는 재발을 이겨낼 수 있었다.

회사 다닐 때 내 별명은 ‘가스통’이었다. 부딪히면 터진다고 했었다. 지금은 모든 걸 버리고 비우니까 이렇게 편안할 수가 없다. 농담조로 간도 쓸개도 없어서 -간과 담낭 수술을 해서- 사람이 물러졌나보다고 한다. 요양원에서 새로 오는 암 환우들을 돕고 이야기 해주면서 힘내도록 도와주는 것이 행복하고, 밝아지는 환우의 얼굴을 보는 것이 말할 수 없이 행복하다.

같은 요양원 암 식구들에게 항상 ‘암은 내게 행복을 가져다 준 존재’라고 말해준다. 정신없이 세상살이에 시달려야 할 때인데 암에 걸려 얼마나 편안한 생활을 하고 있는가 말이다. 이렇게 공기 좋고 물 좋고 음식 좋은 곳에 와서 편안하게 지내는 것이 가능할까 하면서 웃는다.

암 투병은 마음가짐을 어떻게 갖는지가 제일 중요하다. 처음 암인걸 알고는 온갖 수단을 써서 좋다는 것은 다 먹고 바르고 구해서 암을 쫓아보려고 애쓴다. 그렇게 암에게 마음을 뺏기고 휘둘리다가는 암한테 잡아먹히고 만다. 암과 함께 공존하면서 병원 치료 열심히 받고 편안한 생활을 하고 시간 나는대로 운동 열심히 하고 열심히 움직이는 것이 좋다.

암환자는 절대 체력이 떨어지면 안 된다. 자꾸 움직여야 한다. 힘들다고 누워 있으면 안 된다. 피곤하다고 누워 있어야지 하는데 오히려 조금씩이라도 움직이는 편이 덜 피곤하다. 더 중요한 것은 움직여야 밥맛이 돌아온다는 것이다. 색전술을 거듭할 때는 얼마나 기운이 없던지 옛말에 ‘수저 들 기운도 없다’고 정말 숟가락을 들 힘조차 없어 아내가 밥을 떠먹여 주어야만 했다. 이러다가 죽겠다 싶어서 누룽지를 끓여서 먹고는 소화될 때까지 몸을 끌고 운동장을 나가 무조건 걸었다. 일주일을 계속하니 죽도록 힘들던 것이 이겨졌던 경험이 있다.

개중에는 같은 암환자를 만나는 것을 꺼려하고 몸 아픈 사람들이 득실거리는 곳에 왜 가느냐고 하는 사람도 있다. 암환자라는 딱지가 싫어서 주위에 알려질까 걱정도 한다. 그런데 내가 암환자구나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있었던 것이 암환자들과 교류하면서 시작되었다.

처음 암에 걸리고 수술과 항암의 과정을 거쳐 집으로 퇴원한 환우들에게 혼자 집에서 끙끙거리고 앓지 말고 어디든 환우들하고 같이 생활해보라고 전해주고 싶어서 투병기를 쓴다.

‘동병상련’이라고 남녀노소, 나이와 직업을 떠나 암환자들끼리 모여 생활하면 힘을 많이 얻는다.
암친구 여러분! 모두 힘내서 투병합시다.


출전 : 월간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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