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식도암 (편평 상피 암) 판정을 받았을 때 나와 가족들은 난치성 암이라는 충격에서 헤어나는 데만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식도암은 다른 부위의 암과 달리 입에서 가깝기 때문에 내시경으로 관찰이 가능한 부위이다. 길이도 새끼 손가락만하고 넓이도 1cm는 되어 보였다. 전이는 아직 되지 않았지만 식구 모두들 힘든 암이라는 것을 표정으로 말해주었다. 어느 누구도 고치기 쉬운 암이니 안심하라는 말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
한 달 반가량의 방사선 치료와 3개월 이상의 항암 치료를 거치면서 통증은 말할 것도 없고, 구역질과 구토로 우선 먹는데 엄청난 지장을 받았고 사람들이 아는 후유증은 다 겪으면서 온 몸이 만신창이로 변하고 체중도 15kg 정도 줄어서 40kg을 겨우 넘길 정도였다. 지옥이 있다면 이게 지옥이 아닌가 할 정도였다. 죽는 게 차라리 낫겠다고 생각한 적이 여러 차례였지만, 앓아본 사람만이 알겠지만 그럴수록 삶에 대한 애착은 더해 갔다. 아니 죽을 수가 없었다. 다 타버린 식도 때문에 물조차 넘기기 힘든데 먹을 수가 있나, 냄새 때문에 코를 막아야 할 지경에 이르면 생지옥을 경험하게 된다. 이런 고통의 과정을 통해 입맛이나 음식 맛을 잃어버려 상황이 다소 나아진 뒤에도 한 동안 맛을 모르고 살았다.
방사선과 항암의 후유증이 가라앉으면서 입에 대기 시작한 보조요법 및 식이요법은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묽은 청국장과 마늘 엿 그리고 익힌 야채와 죽이었다. 그래도 쉽게 넘어가고 효과를 본 것은 우리 전통의 한방 탕들이었다. 주로 감초, 겨우살이, 유근피(느릅나무 뿌리껍질) 뽕나무 뿌리 등을 넣어 끓여낸 물이었다.
이제 치료를 시작한지 1년 남짓하지만 항암 당시의 고통은 넘었다. 그리고 이제 내시경 검사를 통해 육안으로는 암이 사라졌고 혈액검사의 결과도 안정되어 가고 있다. 내가 나와 유사한 경험과 고통을 겪고 있는 환우님들에게 들려 드리고 싶은 말은 암을 이기는 방법은 기적이니 로토니 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스럽지만 거쳐야할 치료 과정이란 것입니다. 아직 완치 여부를 장담할 수는 없지만 검정된 치료과정을 거쳐야 치유에 대한 한 가닥 희망을 걸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의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고통스럽지만 의학적으로 검증된 치료를 받은 후 주변에서 얻은 정보들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