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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항암제' 아쉬움 커 작성일 2017-08-09 오전 11:45:14
작성자 : 관리자 조회 91

급여·적응증·오프라벨 등의 애로사항‥'치료제 선택'할 수 있는 환자 권리의 문제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치료 과정 자체가 힘들다던 암환자들이 이렇게까지 직접적으로 나설 생각은 없었을 것이다.
 
인터넷 게시판에서 환자들끼리 치료제 정보를 공유하던 차원을 넘어, 이제는 치료제 적응증 획득 소식을 누구보다 발 빠르게 전달하고, 토론회에 참여해 국내 급여 지연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낸다. 그리고 신약의 신속한 도입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제약사가 제시한 치료제의 높은 약값, 그리고 이를 깎으려는 정부 사이에서 각자의 주장들을 하나로 묶어 균형을 맞추는 것이 쉬운 과정은 아니다. 하지만 제약업계·정부부처·환자들의 공통된 생각은 우리나라의 치료제 급여 기준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지난 7일 신촌 세브란스병원에는 항암신약에 대한 급여 필요성을 알리고 암환자들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 암환자들과 이들을 도우려는 재능기부팀이 모였다. 
 
메디파나뉴스는 영상촬영을 위해 모인 암환자들을 직접 만나, 치료를 받는데 있어 겪은 애로사항들을 들었다.
 
이들은 스스로 밝히지만 않는다면 전혀 암환자처럼 보이지 않았다. 암환자의 생존율을 늘릴 수 있는 치료제는 계속해서 나오고 있고, 기존 치료에 실패하더라도 여러 기회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신약을 사용하려면 뛰어넘어야 할 벽이 컸다.
 
이들과의 대화에서 기자는 암환자들이 겪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 가장 먼저 적응증 받은 '흑색종'‥급여는 왜 진척이 없나
 
흑색종은 최근에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가 등장하면서 치료의 전환기를 맞이하게 됐다.
 
이중 '젤보라프(베무라페닙)'는 국내 허가 후 4년 7개월만인 지난 3월에야 경제성평가 면제 특례제도를 적용받아 '급여 적정' 판정을 받았다.
 
반면 면역항암제는 흑색종으로 가장 먼저 적응증 획득을 하고 출시가 됐으나, 급여는 비소세포폐암에만 집중돼 진행되고 있는 상황. 
 
환자들은 타 암종에 비해 흑색종에는 정부의 관심이 적은 점, 또한 폐암보다 흑색종에 더 큰 효과를 보이고 있는 면역항암제에 대한 급여 움직임이 없는 점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 이수연(32세·여)
: 저는 흑색종 4기 환자로 현재 뼈와 폐에 전이가 된 상태입니다. 임신을 준비하다가 발견이 된 케이스입니다.
 
흑색종은 일단 발견이 되면 수술을 하고, 인터페론 요법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저의 경우 인터페론이 부작용면에서 너무 힘들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바가 있어 표적치료제인 젤보라프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젤보라프야 지난 7월부터 보험이 되긴했으나, 이전까지는 2주에 약 350만원, 2달이면 2000만원이라는 비용이 발생했습니다. 보험적용이 되기 전까지는 비용면에서 부담이 컸고, 이는 저뿐만이 아니라 모든 흑색종 환자분들이 겪는 일일 것입니다.
 
# 윤성연(62세·남)
: 작년 6월에 흑색종이 발견돼 수술을 하고, 인터페론 치료를 2개월 받다가 간과 뼈로 전이가 돼 현재는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를 4개월 째 투약하고 있습니다. 아직 키트루다가 흑색종에는 비급여이기 때문에 3주에 한번씩 650만원을 지불하고 있습니다. 주변에서는 비용 부담이 커 2바이알을 맞아야하는데 1바이알로 줄여서 맞는 분도 종종 봐왔습니다.
 
흑색종에 대한 급여는 환자들이 지속적으로 필요성을 언급해왔습니다. 면역항암제는 2015년에 흑색종에 가장 먼저 적응증을 획득했으나 급여에 대한 소식은 감감무소식입니다. 환자가 아무리 소수라고 해도 대안으로 꼽히는 면역항암제에 대한 급여가 진행되길 소망합니다.
 
◆ 해외에서 획득한 적응증‥국내는 왜 소식이 없을까
 
면역항암제에 대한 기대는 컸다. 더이상의 치료옵션이 없는 환자들은 면역항암제라도 사용해보고 싶은 마음이 클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 면역항암제는 여러 임상을 통해 빠르게 적응증을 획득하고 있다. 국내 적응증 확대 속도는 더디지만 말이다.
 
이는 다국적제약사가 만든 치료제라는 점, 그리고 국내 급여에 있어서도 절차가 지연됐던 점을 감안하면 제약사 입장에서도 적응증 추가 신청은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 예상된다.  
 
그러나 이 와중에 해외에서 적응증 획득 소식에 한가닥 희망을 가졌던 환자들의 속은 타들어만 가고 있다. '이번 달에는 신청서가 제출될 예정이다'는 희망고문만이 가득한 채 해외 임상소식과 국내 움직임을 끊임없이 모니터링하는 그들이었다.  
 
# 두경부암 환자 송미숙(48세·여)
: 두경부암으로 진단받고 방사선 치료 등을 해오다가 폐로 전이가 돼 키트루다를 투약 중에 있습니다. 지난해 8월 FDA가 키트루다가 두경부암의 적응증을 승인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소식이 없네요.
 
지난 1월부터 투약을 시작했고 4월에 CT를 찍은 결과에서는 암이 확연하게 줄어든 것이 확인됐습니다. 조만간 또 한번 CT 결과를 확인할 예정인데 주치의가 기대된다고 하더라고요. 1월부터 지금까지 약값만 7500만원이 든 것 같습니다.
 
저처럼 두경부암에 효과가 있는 환자가 있고, 반드시 필요한 환자가 있는데 국내 적응증 추가는 언제될 수 있는건가요?
 
# 신장암 환자 임현정(46세·여)
: 저는 현재 신장암이 재발해 병원에 입원중입니다. 1차 항암치료로 3년 가까이 부작용이 없었는데, 2차약 치료를 받으면서 부작용이 생겨났어요. 그런데 1차약에서 2차약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정해진 표준치료제가 없다보니 한달동안 항암제가 중단됐고, 그 사이 암이 커졌습니다.
 
이후 부작용 중 하나인 장염으로 고생하면서 체력이 바닥 나 항암치료를 또 한번 중단해야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그동안 몰랐던 암성통증이 생겼고 이젠 저도 진통제를 먹어가며 항암을 해야하는 환자군에 속하게 됐어요.
 
저는 현재 신장암 환자로써 면역항암제인 '옵디보(니볼루맙)'의 적응증 추가 소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표적치료제인 '인리타(악시티닙, axitinib)'도 마찬가지고요. 
 
옵디보의 경우 지난 5월엔 신장암 국내 적응증이 소식이 들릴 것이라 기대했는데, 여전히 적응증 허가신청서는 식약처에 제출되지 않은 상태라고 합니다. 악시티닙 또한 한번 투약에 7백여만원이나 되는 비급여 약제이기에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암환자라고 하면, 특히 4기 암환자라고 누워서 죽을날만 기다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너무 다릅니다.
 
많은 4기 환우들은 직장에서 가정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하며 투병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불과 몇달을 더 살기 위해 비싼 항암제를 급여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듣지도 않는 약을 쓰는 것 역시 환우도 원치 않고요.
 
자신의 삶이 얼마나 이어질지 모르나 비싼 약을 쓰는 죄인이 아닌, 살아 있는 동안 이 사회안에서 구성원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해주십시오.
 
◆ 면역항암제 급여 코앞‥비적응증 환자들은 '오프라벨'도 못쓴다?
 
임상부터 많은 화제를 모았던 '면역항암제'가 국내에서 보험급여 적용을 코앞에 두고 있다. 일단은 비소세포폐암의 2차 치료에 급여가 가능하다.
 
지금껏 말기 폐암환자들에게 치료 대안이 없다는 의료계와 환자들의 요구가 컸기에, 이와 같은 급여 소식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비적응증의 암환자들의 속앓이가 시작됐다. 국내에서 함께 적응증을 받은 흑색종의 경우엔 면역항암제가 폐암에 급여가 된 후에도 '비급여'로 사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위암, 다발성골수종, 간암 등의 환자들은 면역항암제의 비급여 사용도 불가능해진다. 일부에서는 '오프라벨'로 사용하면 되지 않겠냐고는 하지만, 오프라벨 처방을 꺼려하는 의료계의 분위기도 있을 뿐더러 정부가 제한한 종합병원급 이상에서의 심의위원회를 거쳐야한다. 심의를 거치지 않고 허가 외 질환에 대해 사용한 것이 적발되면 병원에서 모든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급여인정 기관 기준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역응급센터 이상의 기관 △암관리법에 따른 암센터 △한국원자력의학원의 사업에 의한 요양기관 중 한 가지 이상에 해당되는 기관으로 상근하는 혈액종양내과, 감염 또는 내분비내과, 병리과 전문의가 각 1인 이상인 기관이다. 
 
또한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심평원 측에 승인 신청서를 제출해도 60일~90일이 걸린다. 암이 전이된 환자들이 투약하던 약을 끊고 몇개월동안 면역항암제의 오프라벨 사용을 기다릴 수 있는 상황이 못된다.
 
적응증에 포함되지 못한 환자들 중 면역항암제를 사용하고자 하는 부류는 대부분 치료 옵션이 부족한 말기환자였다. 급여가 되기 전에 자비로 오프라벨 처방을 지속적으로 받아오던 환우들이 더 이상 치료를 받을 수 없는 환경에 놓이게 된다는 우려가 커진 것은 이때문이다.

이에 따라 면역항암제의 오프라벨 사용을 원하는 환자들의 민원이 각 정부기관에 이어지고 있다. 오프라벨로 처방하더라도 불법이 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 요구와, 오프라벨로라도 약을 처방받으려는 환자의 권리를 막아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지속되고 있다.
 
# 간암 환자 이춘해(57세·남)
: 저는 간암을 발견 한 뒤 림프로 전이가 된 경우입니다. 간암에서는 넥사바(소라페닙)가 1차 치료제로 돼 있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면역항암제를 투약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면역항암제에 대한 간암 오프라벨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더군요. 그래서 지금까지 일본을 왔다갔다 하면서 '옵디보'를 투약중입니다. 한국보다 가격도 비싸고 여러 비용이 추가로 들지만 국내에서는 오프라벨로 간암환자가 면역항암제를 맞기란 힘들기 때문입니다.
 
제가 일본을 오가면서 느낀 점은 간암을 치료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만큼 치료에 제한이 있다고 느낄 수 있는 대목입니다.
 
최근 면역항암제가 급여권에 들면서 오프라벨 투여는 국내 종합병원급 이상에서만 가능합니다. 그런데 오프라벨로 간암환자가 면역항암제를 맞으려면 심평원에 자료를 제출해 60~90일을 기다려야합니다. 결과가 나올 때까지 환자는 몇달을 기다려야하는 현실이죠. 암환자가 약을 코앞에 두고 몇달을 기다리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또한 의사들도 오프라벨 처방을 쉽사리 해주지 않으려는 것도 현실입니다.
 
환자가 비급여 비용을 내고서라도 오프라벨로 약을 투약하고 싶다는 권리 자체를 없애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 간암 환자 익명 요구 K씨(56세·남)
: 간암은 치료옵션이 타 암종에 비해 정말 적습니다. 저 역시 넥사바로 1차 치료를 했지만 효과가 없었고, 이후 2차 선택지에서 '스티바가(레고라페닙)'가 제안됐지만 비급여라는 걸림돌이 있는게 사실입니다.
 
이후 여러 옵션을 찾다가 여러 면역항암제의 간암 임상에 참여할 수 있었으나, 이조차 임상이 끝나 오프라벨로라도 약을 투약해야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간암환자가 면역항암제를 오프라벨로 맞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약제의 보험적용에서는 여러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합니다.
 
하지만 환자가 원한다면 오프라벨로라도 투약을 할 수 있는 권한은 줘야하지 않을까요? 면역항암제는 여러 질환에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간암에 대한 적응증 임상은 아직 진행중이지만, 분명한 것은 효과가 있는 간암환자가 있고 이중에는 여러 대안을 찾은 끝에 면역항암제를 만난 환자군도 있습니다. 이들에게 오프라벨조차 막아버린다면 남은 환자들은 어떻게 치료를 하란 말인가요?
 
의사가 오프라벨은 심평원에 요청하면 60~90일간의 서류상 평가 절차가 있습니다. 전이암 환자는 이 시간을 방치해야만 하는 걸까요? 암환자들에게 몇개월은 아주 중요한 시간입니다. 부디 환자가 치료받을 권리를 묵살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전반적으로 현재 놓여진 환자들의 애로사항은 ▲특정 암질환에만 쏠려있는 급여 ▲해외와 다른 적응증 획득 속도 ▲오프라벨 처방에 대한 환자 권리 침해 등으로 정리된다.
 
기자와 만난 한 환자는 치료제의 주체가 의사와 정부가 아닌, 바로 자신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치료제를 급여화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으나, 효과가 있는 약을 투약하지 못하는 것, 그리고 쓸 수 있는 약을 못쓰게 되는 상황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다. 특히 환자수가 소수라는 이유로 급여 논의과정에서 배제되고 있거나, 적응증 신청도 더디다는 애로사항도 마찬가지.
 
A환자는 "환자들 중에는 국내에서는 치료제를 쓸 수 있는 환경이 되지 못해 해외에 나가 투약하고 오는 경우도 많다. 치료제 급여 문제는 개선돼야할 사항으로 거듭 언급되고 있지만 한정된 재원 안에서 주요 암질환에만 관심이 몰려있다는 생각도 든다. 이외에도 환자들이 자비로 약을 처방받는 것을 막는 상황, 해외에서 허가받은 적응증이 국내에서는 몇년째 들어오지 않고 있는 상황 등은 제약업계, 정부부처에서도 해결할 의무감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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